어느덧 새해가 밝았습니다.
주말 아침, 일어나서 환기를 시키고 발이 시려운 탓에 양반 다리를 하고 공부를 하다가 새삼 새해가 밝았다는 사실이 놀라워 멍을 좀 때리다가 블로그에 들어왔습니다.
매체를 가리지 않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기술 블로그는 지식 공유의 목적이 뚜렷하기에 주제와 구성을 생각하며 나름대로 신경 써 작성하곤 하는데 다른 곳에선 그냥 생각나는대로 주제 없이 쓰다가 제목을 정하고 발행을 합니다. 이 곳에선 구어체를 사용한다면, 다른 곳에선 편하게 문어체로 글을 쓰고 더 솔직하게 또 진정성있게 내용을 풀어낸다는 차이가 있을 것 같네요.
요즘엔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8할을 차지하고 있어 이곳에 편하게 글을 작성해볼까 합니다.
23년엔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이 있지 않나, 내게 첫 회사가 그랬다.
어떻게 다 이런 사람들만 있지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유능하고, 배울 점 많고, 열정적이었다.
다들 개성이 강한데 모두가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배려심과 존중이 있었다.
그래서 서비스 매각으로 인한 헤어짐이 크게 아쉬웠고 또 슬펐다.
그러다 인수한 회사로의 합류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이 있었다.
크게 두 가지 고민이 있었고, 고민 끝에 합류를 하게 되었다.
1. 서비스, 동료에 대한 애정
2. 커리어
당시 회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었고, 시니어 없이 혼자 FE를 맡아 신규 서비스를 런칭한다는 것에 대한 장단이 있는 듯 하여 걱정이 있었다.
많은 고민을 하던 찰나 팀장님의 '와주세요'를 듣고 바로 그래 한 번만 더 해보자. 1년만 더 해보자.
원체 존경하던 분이었고, 항상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시던 분이었기에 '와주세요'라는 말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렇게 1년이 다 되어간다.
신규 서비스로 업계 1위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달려왔다.
런칭과 동시에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유저를 확보할 예정이었기에 런칭까지 7개월 가량을 정말 몰입해 일했던 것 같다.
저녁 11시 반에 퇴근해서 택시타고 헬스장에 내려 운동하고.. 그렇게 집에 오면 새벽 두시..3~4시간 자고 두시간 반 출근해서 일하다가 점심에 눈을 붙이고의 반복이었다.
직무 별 1명, 총 인원 5명의 소규모 팀이었지만 모두가 다인분을 해냈던 팀이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결과물의 최말단에서 동료들의 작업물을 완성도 있게 보여주는 직업이다.
또, 다양한 직군과 가장 긴밀하게 엮여있다.
모든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동료들이 느낄 성취/만족감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항상 신경 썼던 것들이 있다.
1. 내가 무얼하고 있는지 모두가 알게 하고, 동료가 궁금해지기 전에 말한다.
2. 의문은 넘어가지 않고 확인한다.
3. 숨기지 않는다.
4. 이유없는 코드를 작성하지 않는다.
동료들이 내가 무얼하고 있는지, 개발이 잘 되고 있는 건지 따위에 비용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협업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또한 의견 공유가 원활하기 위해선 대화하기 편한 동료가 되어야 한다.
이 말이 동료와 뭐 친목을 다져야 하고 같이 맨날 밥도 먹어야 하고 그런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문제가 생겨도, 부탁이나 요청이 있어도, 궁금한 게 생겨도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다 생각한다.
나의 요청에 기분이 상하진 않을지, 내 질문이 무례하거나 재촉하는 것처럼 전달되진 않을지, 이 질문이나 의견을 말하면 혹시 내 이미지에 영향이 가지 않을지.. 사회인이라면 상기의 고민들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상대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같은 목표를 보며 더 좋은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동료란 확신이 있다면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원활한 의견 교류가 가능하게 되며,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코드적인 측면에선 항상 이유없는 코드를 작성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생각했던 최선의 결과물을 구현하기 위해 항상 노력했었다.
런칭 이후 입사한 개발 동료가 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떻게 코드의 이유를 다 기억하고 있는 거냐 물었던 적이 있는데 웃어 넘겼던 적이 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냥 썼던 코드는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싶었다.
시간이 없어 급히 마무리를 해야하는 때도 분명 있다.
그래도 마음 속 백로그에 항상 담아두고 수정 가능한 때가 오면 개선해 나갔던 것 같다.
이렇게 길게 쓰긴 했지만 사실 내가 진짜 '좋은 결과물'을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서비스는 런칭되어 웹, 앱 모두 출시되었지만 출시 후 6개월인 현재, 유저 200명 중 100명이 본인이고, 나머지 100명은 동료들이다.
회사의 사업 방향이 바뀌어 1년 간 유저가 없는 상태로 많은 기능이 추가되었고, 변경과 삭제가 있었다.
서비스는 현 시점 기준, 206번째의 배포가 진행되었다.
업무는 애자일하게 했지만 그냥 일을 많이 빠르게 했지 정작 애자일 업무를 위한 피드백 창구가 없었다.
알파 테스트, 베타 테스트, 전사 대상 테스트, 만족도 테스트 등등 런칭과 마케팅 도입을 위한 여러 번의 전사 테스트를 진행하였고, 평가 결과와 데이터로 보았을 때도 모두 좋은 결과가 있었다.
유저와 마주하는 날만을 그렇게 염원하며 기다려왔던 것 같은데 서비스는 곧 앱스토어에서 내려갈 예정이다.
서비스가 종료되는 것은 아니고 웹 플랫폼만 유지하는 것이지만 괜히 씁쓸하긴 하다.
하지만 후회없이 열심히했고 또 성장했으며 과정에 떳떳해 부끄럽지 않다.
두 회사에 걸쳐 합을 맞춰 온 팀원들이 있어 참 좋았고,
여러 난관을 같이 겪어내며 성장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
참 기억에 남는 1년이었다.
좋은 동료들 덕에 참 재밌게 일했고, 좋은 지인들 덕에 참 도움도 위로도 많이 받았고,
참 감사한 사람도 많은 1년이었다.
정든 팀원들을 하나 둘 보내며 7~10년 후 다시 한 번 모여서 일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때쯤이면 멋진 시니어 개발자가 되어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상반기엔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고 또 이런 저런 인생 고민도 떠올려 보면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 해나가려 한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머지않아 봄은 올 것이다.
그러다 또 다시 뜨거운 환경에서 데이기도, 뿜어내기도 하면서 그렇게 일할 것 같다.
아마도 유능한 동료들 사이에 작게만 느껴지는 나를 보게될 것이고,
부족한 나를 다시 마주하는 과정에선 또 성장통이 있을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상황을 제일 좋아한다.
사실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목표를 높게 잡는 편이기도 하다.
만족감을 잘 느끼는 편은 아니다 보니 참 피곤하게 산다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욕심이 많아 대충하기는 싫고, 항상 잘 해내고 싶다. 그래서 좋아하나 보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열심히 잘 살아서 불타는 청춘을 보냈다며 나중에 자서전이나 한 권 써 봐야겠다.
'개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려운 백엔드 (0) | 2021.01.20 |
---|---|
[회고록] 코딩을 접하고 난 뒤, 코드스테이츠 pre course (0) | 2020.10.17 |